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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업형 법조브로커
법무사김충원 조회수:1288 222.109.168.184
2015-11-19 09:14:13

 

전국 영업망에 직원 50명… 166억 챙긴 ‘기업형 법조 브로커’

차준호기자

입력 2015-11-19 03:00:00 수정 2015-11-19 03:00:00

 
자격증 없이 개인회생사건 싹쓸이… 브로커 77명 수임료 482억 꿀꺽
변호사 등 69명 명의 대여 43억 받아
 

변호사나 법무사 자격도 없이 사건을 맡아 수백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법조 브로커’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18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변호사 사무실 직원 출신인 A 씨(53)는 2009년부터 올 9월까지 서울 서초구에 변호사 3명의 자격증을 빌려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영업을 시작했다. A 씨는 주로 개인회생 신청을 담당하면서 건당 130만∼2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직원 50명을 거느린 A 씨는 전국 영업망을 갖추고 개인회생 광고업체와 민원 대행을 싹쓸이했다.

검찰 수사 결과 A 씨는 브로커 간에 무한 경쟁을 통해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하도록 ‘성과급제도’를 도입했다. 그가 고용한 브로커들은 인터넷과 현수막 광고 등을 통해 개인회생 사건 의뢰인을 모집했다. 사건을 수임한 브로커에게 즉시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브로커 간에 무한 경쟁을 유도했다. 실제로 한 브로커는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서울 강남에 180m² 크기의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시가 20억 원)에 살면서 1억 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를 굴렸다. 그가 검거되자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큰 놈이 달려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날 정도였다. 

검찰에 적발된 무자격 법조 브로커는 A 씨를 포함해 총 77명. 이들이 수임한 개인회생 사건은 3만7000여 건에 수임료는 482억 원이다. 이 중 A 씨가 혼자 처리한 사건은 무려 1만997건으로 수임료는 166억 원에 달했다.  
 
 
브로커에게 자격증을 빌려주고 돈을 받아 챙긴 변호사 57명과 법무사 12명도 적발됐다. B 변호사(49)는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개인회생 신청 1661건(수임료 22억 원)을 수임하도록 하고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4억8000여만 원을 받았다.

자격증을 빌려준 변호사 중에는 판검사 출신 9명과 대한변호사협회 간부 1명도 있었다. 이들이 자격증 대여 명목으로 받아 챙긴 돈은 42억8000만여 원이었다.
 
 

개인회생 사건 의뢰인에게 변호사 선임료를 빌려주고 34.9%의 높은 이자를 요구해 37억 원을 챙긴 대부업자 3명도 적발됐다. 브로커들은 수임료를 낼 능력이 없는 의뢰인들에게 대출까지 알선해줬다. 사건 의뢰인들은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돈을 빌려 개인회생을 신청했지만 실제로 변호사가 아닌 법조 브로커가 개입하면서 면책률(전체 채무액 중 면제시켜 주는 금액 비율)은 서울 19.3%, 인천 11.8% 등 오히려 전국 평균(29.2%)보다 낮았다.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브로커들이 개인회생 신청을 부추기면서 2010년 4만6972건에 불과하던 신청 건수는 지난해 11만70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인천지검 특수부(부장 변철형)는 적발한 149명 가운데 브로커 A 씨 등 31명을 구속 기소하고 1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